club k’s book

이달의 책

HOME    club k’s life   club k's book  이달의 책

스팅.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간호사가 병실에서 나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엄지와 검지 사이를 살살 주무른다. 어렸을 때 잡아보고 처음이다. 예술가 손처럼 곱고 섬세하지는 않지만, 어떤 우아함 같은 게 서려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말간 손이 아름답다. 정직한 노동자의 손이다. 바로 그 순간 찌릿, 전기 같은 게 온몸을 관통한다. 색깔만 빼면 내 손이 아버지 손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널찍한 손바닥, 그 위에 똑같은 모양으로 잡힌 손금, 코끼리 무릎처럼 주름이 깊게 팬 억센 손가락 마디, 손목에서부터 굵은 손가락까지 뻗은 심줄 다발. 나는 아버지의 손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한참 내려다본다. 내 손하고 이렇게 똑같은데 어째서 지금껏 몰랐을까?

 

    “아버지, 아버지 손하고 제 손이 똑같이 생겼어요. 보세요.”

    나는 다시 아버지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가 된다. 아버지가 당신 손과 내 손을 번갈아 쳐다본다.

    “정말 그렇구나. 하지만 네가 나보다 손을 훨씬 더 잘 썼지."

    정적이 감돈다. 울음이 목울대까지 차오르면서 숨이 컥 막힌다. 아버지가 이렇게 칭찬해준 적이 언제던가, 나와 내 일을 인정해준 적이 언제던가,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뇌리에 펼쳐진다. 아버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치명적인 힘이 실리는 이 마지막 순간을 기다려온 모양이다.  - 책 중에서 -

 

    Shape of My Heart, Englishman in New York 등 우리에게 친숙한 곡을 부른 싱어송라이터이자 베이시스트 스팅(Sting). 그는 1977년 밴드 ‘폴리스’에서 베이스 기타와 보컬로 활동했었고 1984년에는 독립하여 여러 히트작을 발표하게 된다.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17번의 그래미상 수여, 최우수 영국 남성 아티스트 선정, 음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폴라 음악상을 수상하는 등, 그의 명성은 현대 음악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스팅의 음악가로서의 성공담을 적은 것이 아니다. 한 소년의 성장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가깝다.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유년시절을 음악으로 극복하려 하였고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슬픔과 분노는 언제부터인가 음악과 공연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아픈 성장담이지만 경쾌한 그의 음률처럼 글 안에서 익살스러움이 느껴져 우울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스팅의 어린 시절부터 ‘폴리스’로 성공하기 전까지의 일화는 영국 음악의 황금기였던 60~70년대의 사실적 배경과 경험담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 흥미롭기까지 하였다.

 

    영국 타일 위어주에서 태어난 한 소년은 어느덧 이 시대를 대표할만한 음악가로 성장하였다. 본명인 고든 매튜 토마스 섬너(Gordon Matthew Thomas Sumner)라는 이름 보다 별명으로 더 많이 알려진 가수이다. 어눌했던 무명보다 화려한 스타로서의 모습이 어울리지만 공연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잡초 근성의 열정이 남아있는 스팅이다.

 

 

[클럽케이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