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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펄북스


시간이 갈수록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다.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전자와 통신이 대표적이다.

통신만이 아니라 이루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최첨단의 오락으로 장착된 지 오래다. 일상 업무와 짧은 이동시간의 휴식도 이 똑똑한 기계가 책임진다. 생활의 필수품이 아니라 현대인의 분신과도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숨 가쁘게 변모하는 세상에서 다시, 책은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도대체 동네도서관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기존의 틀에 얽매지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어 동네도서관을 시작한 이가 있다. 서점도 아니고 도서관도 아닌 ‘사람’이 주인공인 새로운 공간이 이 사람이 바라는 동네도서관의 모습이다.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지속 가능한 배움을 서로 나누는 일, 배움으로 새로운 ‘학연’을 만들어 활발히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은이가 꿈꾸는 동네도서관의 미래다. 길모퉁이마다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그곳에서 모임을 열어 세상을 변모시켜 가겠다는 소박하지만 야심찬 계획. 성공할 수 있을까?

 

지은이 이소이 씨가 동네도서관을 처음 만들었던 곳은 오사카의 주택가 골목이다. 섬유업을 했던 아버지가 사무실로 쓰려고 지어놓은 건물이 있었다. 고민 끝에 건물의 11평 넓이의 방 하나를 도서관으로 꾸미기로 했다. 책장을 들이고 소장하고 있던 책을 이곳에 옮겨놓았다. 자신의 이름에서 따와 ‘IS도서관’이라 부르기로 했다. 누구나 신청만 하면 책을 읽는 것은 물론 회의나 이벤트, 모임에 쓸 수 있게 했다. 그게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작은 도서관, 동네도서관의 첫발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동네도서관은 예기치 않은 곳으로 번져갔다. 건축가의 사무실과 카페의 한쪽이 도서관으로, 산과 도심에 위치한 사찰도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일본의 절은 흔한 편의점 숫자보다 많았다. 도시에서 떨어진 한적한 계곡의 다세대주택과 치과의원과 대학병원, 죽은 아내가 남긴 책을 동네도서관으로 개방하는 할아버지도 생겨났다. 마을마다 반상회가 열리듯 소박한 도서관이 들어섰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책과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상 밖이었다.

시대가 변하면 그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느리고 진지한 독서를 원하는 사람들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이 급격한 변화를 막아설 힘은 없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그 변화를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독서가 단순히 잠깐의 즐거움이거나 지루한 시간을 메우는 오락거리로 전락할지라도 여전히 어디선가, 누군가에게는 삶의 든든한 기둥 중 하나가 된다.

 

천연재해나 전쟁으로 책을 읽을 수 없는 마을에 도서관을 만들자 아이들의 이야기는 모두 비슷했다고 한다. “과자는 먹으면 없어지는데 책은 읽어도 없어지지 않아서 좋다!”


 

[클럽케이서울 신상웅 북 큐레이터]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2016년 서울과 청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동아시아의 쪽 염색을 찾아다닌 책 [쪽빛으로 난 길]을 냈다.

염색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