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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

 

가까운 곳으로 하루를 다녀오든 긴 시간 먼 이국으로 떠나든 모두 여행이다. 그러니 어디를 며칠 동안 다녀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빛나는 감성의 언어로 시를 쓰던 시인의 여행은 어떤 것일까 늘 궁금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사물과 풍경도 시인에게로 와서는 전혀 다른 것으로 다시 태어날 것만 같았다. 그의 말대로 여행이란 때론 ‘궤도를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라고 느끼는 어떤 성질의 것이므로.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더구나 페르시아라면.

 

페르시아가 현재 이란의 지난 시절 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코란과 사막과 여성들의 히잡과 전쟁의 단편적인 이미지만 뒤섞인 이란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선 곳이다. 접근이 어려운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근대에 색칠된 왜곡된 정보도 한몫을 한다. 지난 과거 영화롭던 곳이야 지구 도처에 널렸지만 이곳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이채롭다. 육지를 중심으로 보자면 이란이 위치한 자리는 동양과 서양을 잇는 중개자의 역할을 하기에 맞춤으로 보이지만 그곳은 오래 전 독자적인 문화를 생산해낸 인류의 발상지 중 한곳이기도 하다.

 

페르시아의 고대도시 페르세폴리스(Persepolis)의 거대한 건축물들은 눈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란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 불리는 이스파한(Isfahan)의 눈부시게 푸른 모스크를 보고나면 더 이상 사막과 전쟁의 나라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곳을 사람들은 ‘세상의 절반’이라 불렀던 모양이다. 코란에서 말하는 천국을 지상에 실현한 곳이 바로 이스파한이라는 것. 인류의 역사에서 보듯 영화롭던 과거처럼 문명은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기도 하는 법. 시인은 그만의 감각으로 메마른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꽃처럼 피어난 이들의 문명을 찬찬히 또 가볍게 훑는다. 빛나는 보석과 폐허를 동시에 경험하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어쩌겠는가, 신의영광은 한곳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으니. 인샬라.

 

 

[클럽케이서울 신상웅 북 큐레이터]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2016년 서울과 청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동아시아의 쪽 염색을 찾아다닌 책 [쪽빛으로 난 길]을 냈다. 

염색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