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으로 난 길. 신상웅 지음. 마음산책
푸른 화포가 깃발처럼 나부꼈다. 지붕보다 높은 장대에 걸린 희고 푸른 화포가 마치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직감적으로 저것이 내가 찾고 자했던화포라는것을알수있었다.그리고저것이나를처음푸른색과화포가있는곳으로길을나서게만들었던연암박지원의편지글속 화포와 가장 유사한 화포일 거라는생각이들었다.-책중에서-
좋아하는 것에 순정을 가졌다는 것은 인생의 힘줄이 된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것에 미친다는 것은 인생의 샘물이 된다. 이 아슬아슬한 세상 에, 묵묵히 그가 걸어왔던 길은 비겁하게 세상 눈치나 보며 사는 나를 자주 부끄럽게 했다. 한 사람의 어떤 고집 앞에서 인간의 밑바닥들은 마침내 경의를 표하고 만다. 신상웅 작가는 사람이 쪽빛이더니, 쪽빛을 가지고 논다. 마음결이 곱더니 이제 그 결을 가지고 논다. 그가 길 위 에서 만난 ‘화포와의 인연’들을 녹인 이 책은 꿈틀거미려 압도하는 인류의 오래된 기억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 안 속에서 지워져 없어진 ‘푸른바다’를이한권의여행을통해마실수있다니벌써부터속이특별해진다.-이병률시인,여행가-
작가는 염색을 한다. 색 중에서도 푸른색. 쪽이라는 식물에서 색소를 추출하고 발효시켜 물을 들인다. 하지만 그렇게 물을 들인 색이 근본적 으로온전한나의소유라고말할수있을까.푸른색위에내의견을남기고싶다고작가는말하고있다.
이 책은 푸른색을 따라 구이저우성 오지의 먀오족 마을부터 조선 통신사 기록 까지의 긴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그 길에 사람과 음식 그리고 푸른색의 풍경이 그림처럼 묘사되어 마치 여러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눈을 즐겁게 해준다. 화포에 새겨진 수많은 무늬들 만큼 간절함에 몽족을 쫓고 국경을 넘어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이 짧기만 하다.
[클럽케이서울 신상웅 북 큐레이터]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2016년 서울과 청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동아시아의 쪽 염색을 찾아다닌 책 [쪽빛으로 난 길]을 냈다.
염색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