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인문기행. 쟝쉰 지음. 박지민 옮김. 펄북스
캄보디아의 앙코르는 대표적인 유적인 사원 앙코르와트로 더 유명하다. 9-15세기에 걸쳐 번창했던 왕국 크메르의 수도가 그곳에 있었다. 저 자 쟝쉰은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앙코르가 자리 잡은,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담수 호수 중 하나인 톤레삽 북 쪽에 자리한 도시 시엠립으로 가는 직항 항공노선이 생기기 전부터 십 수차례 그곳을 드나든 그가 보고 느낀 앙코르는 어떤 모습일까. [앙코 르 인문기행]은 한 인문학자가 이제는 폐허로 변해버린 고대 도시 앙코르의 구석구석을 걸으며 들었던 생각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다.
‘앙코르의 건축과 조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어째서 바로 이 순간까지 나를 놀라게 하고 두근거리게 만드는 건 이 폐허일까? 아름 다움은 점점 스러져가는 석양 속에 있는 한 조각 역사의 폐허일 뿐이네. 제국과 우리는 언젠가는 모두 똑같이 폐허가 되지. 앙코르는 모든 사 람을 폐허의 현장으로 이끈다네. 우리는 그 속에서 존재의 허망함을 보고 어쩌면 씁쓸한 미소를 지을지도 모르지. 예술에 대해 이러쿵저러 쿵 말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보지 못하지. 아름다움은 언제나 폐허를 향한다네’
앙코르에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거대한 석조건물 위로 그만큼 거대한 열대의 나무가 뿌리를 내려 무너진 유적을 감싸고 있는 것을. 누구 는건물의틈을파고든뿌리가위대한유적을무너뜨렸다고했고다른이는무너지려는건물을나무의뿌리가꽉붙잡고있는것이라고했다. 어떻게 보든 앙코르 곳곳에서 만나는 오래된 인간의 유적과 자연의 기묘하고 이율배반의 결합은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클럽케이서울 신상웅 북 큐레이터]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2016년 서울과 청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동아시아의 쪽 염색을 찾아다닌 책 [쪽빛으로 난 길]을 냈다.
염색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