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김규항. 알마
소박하게는 세상살이의 처세술에서부터 넓게는 사상이나 철학에 이르기까지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주는 글을 아포리즘 aphorism이라 부른다. 격언이나 잠언 정도로 번역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히포크라테스의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글이 있다. 경험과 생각을 응축한 이런 글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도록 사랑을 받아 왔다. 물론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며 통용되는 잠언도 있지만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진화하기도 한다.
‘불편하지 않은 진실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진실이 아니거나 진실의 전모를 덮기 위해 그 일부만 드러내려는 술수일 것이다. 모든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다’라고 할 때, 읽는 이는 ‘진실’과 ‘불편’ 사이의 거리를 되새긴다. ‘글쓰기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글을 잘 쓸 수 있거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건 느린 독서, 고독한 사색, 인간의 이면에 대한 관심 같은 것들이다’라는 구절을 만나면 행간에 새겨진 숨은 의미를 실감한다. 이렇게 공감과 생각의 시간을 부르지 않는다면 아포리즘이라 부르기 어렵다.
그렇다고 오래되고 늘 회자 되는 구절 앞에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것들이 늘 옳은 것만도 아니다. 때론 절대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이런 선입견으로 인해 읽는 이의 사고가 정지되어서는 안된다. 좋은 격언은 생각을 정지 시키는 것이 아니라 늘 밖으로 열려 있을 때 빛을 발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법률이 아닌 까닭이다.
‘고독과 외로움은 구분해야 한다. 고독은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고 외로움은 다른 사람들과 차단된 고통이다. 자신과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제대로 대화할 수 있을까. 고독을 피한다면 늘 사람에 둘러싸여도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 용맹하게 고독해야 한다’. 그렇다. 우리 대부분은 고독을 잊고 산다. 좋은 글은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천이 뒤따를 때 아포리즘, 격언이 가장 빛나는 시간일 것이다. 고독할 시간이 필요하다. 즐겁고 용맹하게.
[클럽케이서울 신상웅 북 큐레이터]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2016년 서울과 청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동아시아의 쪽 염색을 찾아다닌 책 [쪽빛으로 난 길]을 냈다.염색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