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나무 투쟁기. 차윤정, 전승훈. 지성사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휴식을 위해 숲을 찾는다. 숲에서 나무를 보며 여유를 즐기고 녹색의 잎들에게서 쌓인 눈의 피로를 푼다.
나무와 꽃의 이름을 외우고 숲으로 난 길을 걸으며 맑고 신선한 에너지로 새롭게 충전을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녹색의 자연은 인간에게 늘 돌아가 위안을 찾고 싶은 존재로 곁에 머물렀다.
여기 신갈나무가 있다. 흔히 참나무라 부르는 넓은 잎을 가진 활엽수의 대표나무 중 하나다. 인위적인 참견이 가해지지 않은 한숲의 마지막 주인은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이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찾아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동안 신갈나무는 자기대로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치열한 시간을 살아간다. 책의 제목이 신갈나무 성장기가 아닌 투쟁기인 것은 그 때문이다.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린다. 이제 햇빛과 물과 땅 속의 영양분을 몸속으로 빨아들여 성장을 시작한다.
잠깐 동안 숲에 머무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만의 생존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그렇게 매일 주어진 환경 조건과 싸우며 자라 마침내 숲의 주인으로 우뚝 서게 된다. 식물에게는 인간 등 동물에게서와 같이 전체를 위협하는 기관이 없다. 몸의 어디에도 치명적인 조직을 만들지 않는 것, 그리고 어디서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생명력을 배치하는 것, 이것이 나무가 오랜 세월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숲에서 사람들은 나무들 역시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매일을 살아낸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은 자신의 휴식과 힐링에만 몸이 달았던 사람들에게 나무와 숲을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든다. ‘나무로부터 받는 위안은 도피적 위안이 아니라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숙명적 삶을 이해함으로써 얻는 공감적 위안이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숲과 나무가 달리 보일 것이다.
[클럽케이서울 신상웅 북 큐레이터]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2016년 서울과 청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동아시아의 쪽 염색을 찾아다닌 책 [쪽빛으로 난 길]을 냈다.